“아뜰리에 에르메스“

제7회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 전시
임민욱, 배영환, 김상길

2007년 1월 20일 – 3월 18일

임민욱 

임민욱은 이번 에르메스 미술상 전시에 싱글 채널 비디오 한 점과 연질 우레탄, 라텍스 등을 이용한 조각적 설치 총 5점으로 구성되는 <너무 이른 혹은 너무 늦은 아뜰리에...>를 제안한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게 되는 임민욱의 작업 방식은 매우 개인적이고, 사소하며, 일상적인 시도로부터 출발한다. 전시내용을 보면 작가가 한국사회에서 소화불량에 걸린 모더니즘을 체험하며 자율적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담은 대화체 영상작업인 싱글 채널 비디오, 작업실 없는 작가 나아가서는 작가의 도시적 삶의 방식에 관한 개인적 해결 방식인 땅바닥을 캐스팅한 라텍스 카페트, 순식간에 굳어버리는 연질우레탄의 특성을 통해서 통제가 불가능한 시급한 난제를 암시하는 일명 가사미술(household fine art)이라는 제목의 냉장고와 연질우레탄 작업, 작가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겉과 속의 차이, 작가가 바라는 것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한 비유로 제안된 변형된 자동차 바디커버,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가의 작업과정을 기록한 사진들인 잉크젯프린트 가제본 1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사진기록 작업은 “뭘 하던지 늘 딴 생각을 하며 제대로 하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그래서 뭐든지 할 수 있는* 권력보다는 잠재력을 키우고, 절대 심각하지 않게 "제 2판의 1쇄"를 가제본 하는 희극적인 작가의 아뜰리에”를 보여주고 있다. 임민욱의 <너무 이른 혹은 너무 늦은 아뜰리에...>는 작가가 과거와 함께 일그러진 사회와 관계를 회복하며 거기서 비롯되는 타자와의 다양성과 차이를 수용하고 ‘함께 살기’와 ‘함께 하기’를 제안하는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한 진지한 발언일 것이다. 왜곡된 우리의 근대화 과정 속에서 임민욱은“너무 일러서 너무 늦어서 다시 기다리고 모색하며 준비하는 동안만 우리의 이상형이 존재하지 않던가”라고 자문하며, 유동적이고 일시적이지만 창의적인 삶이 가능한 세계를 제안하고 있다.

배영환 

배영환은 이 번 에르메스 미술상 전시에 버려진 오브제들로 구성된 입체설치 작업 '바보들의 배(Das Narrenshiff)'를 제안한다. 작가는 작품제목의 출처로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에 나오는 '바보들의 배(Das Narrenshiff)'를 언급하고 있다. 서구 역사의 광기와 연관된 문학, 예술, 제도, 실천, 아이디어 등을 분석하는 <광기의 역사>에서 푸코는 르네상스시대에 쓰여진 세바스챤 브란트의 ‘사회에서 배제된 바보들을 태운 배가 바보들의 천국을 찾다가 마침내 난파하고 만다’는 내용을 담은 풍자시 <바보들의 배>의 사례를 들고있다. 배영환의 작품 제목에 대한 이러한 인문학적 참조는 시대적 컨텍스트에 따라 또 다른 확대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작가는 “우리사회에 뿌리깊이 자리잡은 내셔널리즘의 암울한 일면과 글로벌 스탠다드로 인한 획일화 된 가치 그리고 주관적 입장이 생산할 수 있는 자생적 가치들의 소외현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 관한 생각을 하며 이 ‘바보들의 배’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국경을 넘어서 확대되고 있는 초국적 기업들의 전지구적 생산과정, 인터넷을 통한 막대한 정보의 축적과 공유, 글로벌 문화생산의 급진적 확산과 함께, 글로벌 경제, 글로벌 컬쳐, 글로벌 스탠다드는 빠른 속도로 우리의 일상 깊숙이 침투하여 우리의 존재방식과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거대한 힘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영환이 제안하는‘바보들의 배’는 21세기 현대사회의 획일화와 표준화 과정, 맹목적 동질화 성향, 거기서 생산되는 집단적 힘의 논리 앞에 무력해지는 우리모두의 소리 없는 저항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비평적 지평을 열기 위하여 작가는 한 순간의 유행에 밀려 필요 없는 가치들이 되어 버린 하지만 그 안에서 여전히 인간적 체취, 상처, 노스텔지어 등을 감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쓰다가 버린 다양한 사물들로 이루어진 ‘바보들의 배’를 우리에게 권유한다. 세계화라는 미명아래 배제되고 억압된 수 많은 창의적 가치들을 재조명하는 배영환의 ‘바보들의 배’는 점점 더 동질성이 우선하고 집단화 성향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를 묵묵히 주시하며, 이러한 현실 대한 그 어떠한 결과론적 메시지도 유보하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의문과 불확실성과 함께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론에 대한 발언이 될 것이다…

김상길 

이번 에르메스 미술상을 위하여 김상길은 대학 건물들을 찍은 신작과 도시의 빌딩을 초상사진처럼 촬영한 신작 총 6~8점으로 구성된 'Mode' 시리즈를 소개한다. 이 작업은 작가가 2001년부터 진행해 온 'Re-Model'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건축물을 기록한다는 측면에서 그 연장선에 있지만, 그 대상들을 기록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확연한 변별성을 갖고 있다. 작가는 "'Re-Model' 연작은 건물의 내부를 스캐닝한 것이고, 'Mode' 연작은 건물의 '표피'를 스캐닝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상길은 대학 건축물의 '표피를 스캐닝'하기 위해서 원급법을 완전히 버렸고, 소실점이 사라진 대학 건물들의 이미지는 이제 더 이상 상아탑을 상징하는 '재현'의 이미지가 아니다. 사진적 디테일을 극대화한 사진의 정면성은 어떠한 정보로도 귀결되지 않고, 오히려 견고하게 분류되어진` 대학 건물들의 '껍데기'만이 부각되며 분명 현실에 존재하는 대학 건물들임에도 불구하고 극도로 초 현실적인 상황이 도출된다. 그리고 도시의 빌딩을 하나의 단위로 스캐닝한 작업들은 하나의 객체가 객체로 설정되어지기 힘들어지게 되는 기묘한 ‘독사진(獨寫眞)’처럼 다가온다. 김상길은 1998년부터 지금까지 그가 기록한 사진들을 'LIKE A PROGRAM'이라 명명하고, 우리 주변의  일상적 상황, 공간, 풍경 등을 '프로그래밍'하는 작업을 꾸준히 전개해왔다. 'Re-Mode-l'시리즈에 포함될 이번'Mode'를 비롯해  'Motion Picture', 'Off-Line', 'Display' 등의 사진 연작들은 언제나 현실에서 출발하지만, 매 번 작가의 미묘한 전략에 의해 실제와 가상이 오버랩된 이미지로 전환된다. 이렇듯 각 시리즈마다 전환의 전략을 달리하는 김상길의 'LIKE A PROGRAM'은 친숙한 상황 과 낯설고 생경한 허구가 공존하는 애매모호한 영역을 가시화하며,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현실을 한 발짝 물러서서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그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제안하고 있다.

제7회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 수상자: 임민욱

 

사진 김용관 © 에르메스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