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뜰리에 에르메스“

제8회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 전시
김성환, Sasa[44], 이주요

2007년 8월 25일 – 10월 23일

김 성 환 <게이조의 여름 나날 - 1937년의 기록>, 17분, 16mm와 DV

베리만이 쓴 글이 받혀주지 않았다면 난 그가 본 걸 볼 수 없었다. 반대로 그는 내게 지금 보이는 그 어떠한 것도 쓰지 않았다." 김성환이 <게이조의 여름 나날>을 만들며 제안한 작가 스테이트먼트다. 이 스테이트먼트는 <게이조의 여름 나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구체적인 두 화자인 김성환과 스텐 베리만은 주체가 계속 주체로 남아있지 않고, 주체들이 병행하며 주체가 객체가 되기도 하고 객체가 주체가 되기도 하는 독특한 공존방식을 통해서 소통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안했다. 즉 <게이조의 여름 나날>의 '나'와 '타자'는 병행과 공존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서서히 소멸되며 제 삼의 새로운 정체성이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게이조/스텐 베르만/역사가 서울/김성환/현재와 만나면서 역설적으로 역사와 현재, 주체라는 절대적 존재가 사라지며 역사 속의 게이조도 아니고 지금 현재의 서울도 아닌 픽션의 '게이조'가 탄생되는 것이다. 이 '게이조'는 새로운 기억을 탄생시킬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인 것이다. 또한 타자의 기억과 자신의 경험이 오버랩 되는 순간 타자(기억)와 주체(현재)가 소멸되면서 새롭게 탄생되는 <게이조의 여름 나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한 현재를 인식하는 하나의 가능성을 제안하고 있다.

Sasa[44] <중국상자>, 2007, 혼합재료, 설치

Sasa[44]는 오래 전부터 1980년대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으며, 이 시기의 영화, 음악, 유명인물, 사건들을 수집해 왔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우디 앨런의 1980년도 작인 <Stardust Memories>에 매료되었고, 이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중국상자> 작품은 바로 <스타더스트 메모리>를 통해서 구체화된다. <스타더스트 메모리>는 이 번 Sasa[44]작품에서 러시아 인형처럼 상자를 열면 끊임없이 계속 다른 상자들이 나오는 '중국상자'의 역할을 한다. <중국상자>라는 제목 또한 이 영화와 관련해서 우디 앨런과 한 평론가와의 인터뷰에서 발췌되었다. 하지만 <스타더스트 메모리>는 이 번 작업의 출발점이기는 하나 작업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모든 것이 존재하도록 하는 전지전능한 힘이라고나 할까… 작가는 <스타더스트 메모리>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본인도 예기치 못했던 다양한 인물들과 사건들을 접하게 되며 그 인물들과 사건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파만파 확대된다. 구글러와 유튜브 세대에게는 매우 친숙한 상황이다. 컴퓨터에 앞에서 어딘가에 커서를 대는 순간 바로 시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것이 가능한 픽션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과 과정을 통해서 Sasa[44]의 강박적 수집행위는 행위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그 '형태'가 갖춰지며, 그 결과물들은 끊임없이 재 편집되고 재구성되어 완전히 다른 80년대 휴먼 스토리가 담긴 <중국상자>가 탄생되는 것이다. 

이 주 요 <에어포트 로망스> 2007

<에어포트 로망스>는 작가 이주요가 15년간 국제공항을 수 없이 많이 오가면서 일어났던 이야기들에서 출발한다. 작가에게 있어서 에어포트는 "먼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 낯선 사람, 문화에 대한 호기심, 격정적 만남과 절박한 헤어짐, 면세 물품과 최고의 기념품들을 선사하는 특정한 영토이며, 가장 지적이고 성공적이며 진보적인 인류가 늘 오가야 하는  선택된 구획이다. 나 자신이, 한국 패스포트로, 20세부터 겪은 잦은 국제이사와 수백번의 비행, 다른 문화 사이에서 떠도는 허약한 신체와 생각이 에어포트에서의 많은 이야기로 대변" 된다.

<에어포트 로망스>는 무엇보다도 노래와 가사 집이 주축을 이루는 이주요 로망스 앨범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먼저 우리가 제일 처음 만나게 되는 뻥 뚫린 계단 공간은 누구든 공항에서 한 번쯤은 보았을 듯한 하지만 무심코 지나쳐 버려 기억이 아련한 이미지들이 존재하는 '공항'이다. 무척이나 사소하고 평범한 오브제들과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는 <에어포트 로망스>의 '서곡'에 해당하는 이 공간을 반드시 '공항'이라는 물리적인 장소로 인식하지 않아도 좋다. 중요한건 헤어짐과 만남, 사랑과 슬픔, 로망스와 트라우마 등의 기억이 부유하는 일종의 'nowhere'를 제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8회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 수상자: 김성환

 

사진 김용관 © 에르메스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