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뜰리에 에르메스"
베르트랑 라비에(Bertrand Lavier) 개인전 <유령들 (PHANTOMS)>
2010년 4월 22일 - 6월 27일
이번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베르트랑 라비에의 개인전을 기획한다. 30여 년이 넘는 베르트랑 라비에의 작품을 조망하는 방식은 무척 다양할 수 있겠지만, 이번 개인전은 ‘시그니처’란 컨셉으로 베르트랑 라비에의 작업세계를 읽어보고자 한다. <유령들(Phantoms)>이란 전시 제목이 시사하고 있듯, 이번 전시에는 20세기 미술사의 마스터들의 ‘유령들’이 총 동원된다. 피카소(Picasso), 스텔라(Frank Stella), 앨버스(Josef Albers), 칼더(Alexander Stirling Calder), 몬드리안(Pieter Cornelis Mondriaan), 달리(Salvador Dalí), 마크 뉴슨(Mark Newson)에서 작자 미상의 아프리카 원시미술, 익명의 오브제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베르트랑 라비에 방식으로 접목되며, 오늘날 미술의 ‘시그니처’에 관한 애매모호한 영역을 가시화한다. ‘오브제 위의 오브제’라는 그의 접붙이기 방식은 여기서 ‘작가 위에 작가’로 전환되며, 이것은 시그니처의 취소가 아닌 시그니처의 또 다른 영역을 제안하게 된다. 베르트랑 라비에의 <Picasso Outremer>는 90년대 시트로엥(Citroën) 자동차가 피카소 시그니처를 구입해서 새롭게 론칭한 ‘시트로엥 피카소’를 그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이 자동차를 구입한 베르트랑 라비에는 자동차와 피카소 ‘시그니처의 소유자’가 되었고, 그는 이 시그니처가 있는 부분만을 분리해서 역시 이브 클렝(Yves Klein)의 시그니처와 진배없는 청색(IKB)으로 다시 페인팅한 작품이다. 이브 클렝의 청색 또한 발명특허를 냈기 때문에 이 색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특허권을 구입해야 한다. (작가는 여기서 IKB와 가장 근사치의 청색을 사용했다) 시트로엥이 구입한 피카소의 시그니처와 이브 클렝 시그니처와 마찬가지인 IKB 그리고 이것을 접붙이기한 베르트랑 라비에의 아이디어의 결과물이 바로 <Picasso Outremer>인 것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 되는 베르트랑 라비에의 작품들은 오늘날 포스트 모던한 태도로서의 ‘차용’ 혹은 인용’의 문맥보다는 오늘날 미술의 보다 근본적인 질문들을 풀어 나가기 위한 실험들이며, 베르트랑 라비에의 다채로운 ‘접붙이기’ 실험은 이러한 문맥에서 보다 역동적이고 생산적인 가능성들을 배양할 수 있는 것이다. 스텔라의 페인팅과 댄 플래빈(Dan Flavin)의 네온이 접목된 작품, 몬드리안의 페인팅이 이케아(IKEA)의 식탁보 디자인으로 사용된 것을 구입해서 다시 페인팅으로 전환된 작품, 아프리카의 작자 미상의 조각이 은색 브론즈 조각으로 재탄생한 작품, 만화라는 대중매체를 회화와 조각으로 전환한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 등과 함께 이번 전시에는 총 16점의 작품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이 모든 작품들은 베르트랑 라비에의 아이디어와 유명 혹은 익명의 저자들의 ‘종자-시그니처’의 접붙이기 실험이며, 여기서 배양된 또 다른 ‘시그니처’의 종자들은 우리에게 ‘Phantoms’이라는 색다른 20세기 미술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사진 남기용 © 에르메스 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