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뜰리에 에르메스"
아이작 줄리언 (Isaac Julien) 개인전 <Ten Thousand Waves>
2011년 4월 29일 – 7월 17일
<Ten Thousand Waves>는 작가가 지난 4년여의 작업 끝에 완성한 상영시간 55분짜리 영화를 바탕으로 한 3 채널 비디오 설치작품이다. 2010 시드니 비엔날레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작업은 그 동안 상하이, 마이애미, 런던에서 9 채널 비디오 설치작품으로 보여졌으나, 이번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는 전시공간 구조의 특성에 따라 3 채널 버전으로 새롭게 고안되었다. <Ten Thousand Waves>는 대부분의 주요 장면이 중국 현지에서 촬영되었으며 특히 세계적인 여배우 장만옥(Maggie Cheung)과 지아장커(Jia Zhangke) 감독의 영화 <24 시티>의 주연배우 자오 타오(Zhao Tao)등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여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아티스트 필름이기도 하다. 그 밖에도 국제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중국의 신세대 비디오 작가 양푸동(Yang Fudong)과 시인 왕핑(Wang Ping) 그리고 중국 서예의 대가 공 파겐(Gong Fagen) 등이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시인 왕핑은 중국과 런던을 오가며 작품 구상단계부터 아이작 줄리언과의 대화를 통해 영화 전편에 보이스 오프로 들리는 시편들을 창작했다.
<Ten Thousand Waves>의 대략적인 스토리라인은 세 개의 층위로 구성된다. 출발점은 장만옥이 역할을 맡은 여신 마주(Mazu)*와 관련된 중국 전설이다. 이 오래된 전설에 의하면 마주는 바다의 여신으로 조난당한 선원들을 해안까지 안전하게 호송하는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아이작 줄리언은 이 여신을 현대 중국의 상황 속으로 불러낸다. 마주는 상하이 도심의 교통체증 장면들과 이와 극도로 대조되는 대나무 숲과 사암이 가득한 산들의 절경, 이 양자 사이를 시·공간의 제약을 초월하며 날아다닌다. 두 번째 스토리라인은 영국의 해안가에서 새조개를 채취하던 중국 출신의 불법 이민 노동자 23명의 죽음에 대한 사고를 다룬다. 대서양 연안의 만조시간을 잘 몰랐던 이 중국인 노동자들은 2005년 봄 불의의 사고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들의 수호신이었던 마주 조차 이들의 죽음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마지막 스토리라인은 20세기 초 상하이의 특수한 상황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시퀀스들로 구성된다. 서구 열강제국들이 분할 점령하고 있던 당시의 상하이는 1930년대에 영화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 가운데 <여신The Goddess>(1934)이란 영화는 어린 자식과 더불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매춘까지 마다할 수 없었던 한 여인의 비극적 삶을 다룬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아이작 줄리언은 이 영화를 리메이킹하면서 30년대 상하이의 분위기를 되살린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 역은 자오 타오가 분한다. 이러한 세 층위의 스토리라인이 서로 교직 하면서 <Ten Thousand Waves>는 과거와 현재, 허구와 현실,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넘나든다.
* 마주(Mazu) 또는 마조(媽祖): 중국의 남부와 중부의 바닷가 일대와 대만 지방의 민간에서 믿고 있는 바다의 여신. 같은 말/ 천후(天后)
사진 남기용 © 에르메스 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