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뜰리에 에르메스"
박진영(Area Park) 개인전 <사진의 길(Way of Photography)>
2012년 1월 6일 - 3월 13일
카네코**(아빠)와 카네코 마리(딸. 생존해 있다면 60세 전후)의 인생을 한 조각이라도 유추해보기 위한 단서는 어디에도 없었다. 몇 만 명이 죽고 사라진 곳에서, 피도 섞이지 않은 사람이 앨범 하나 들고 한 명의 인생을 역추적 하는 것이란 만만한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앨범을 발견한 그날 이후 개인 작업을 위한 지진 지역의 촬영보다는 이 앨범의 주인공에 대한 정보와 호기심이 샘솟아 한 달에 한번 미야기(宮城)현 북부와 이와테(岩手)현 남부를 찾게 되었다. 동북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후쿠시마를 지나게 되는데, 후쿠시마에 위치한 휴게소에는 다른 곳에 비해 사람이 훨씬 적게 보인다. 최근 누구도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방사능에 대한 공포는 사람들의 여유마저 흉흉하게 만드는 듯하다. (작가 노트 중)
박진영은 <사진의 길>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에서 디지털 카메라와 아이패드,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가 되어 버린 이 시대에 전통적인 의미의 사진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대해 다각도로 질문을 던진다. 몇 년째 박진영이 진행하고 있는 <사진의 길> 연작은 사진 본연의 의미와 존재 가치를 묻는 작업이다. 지진발생 사흘 후 극심한 교통정체와 통제된 도로를 뚫고 작가가 미야기현을 찾았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땅바닥에 흩어져 있거나 바람에 날리는 주인 없는 사진들과 그 사진들을 수습하여 물로 씻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현재 가장 찾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결 같이 가족 앨범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진관 건물터와 이미 쓰레기가 되어버린 수백 개의 카메라들은 모두, 거대한 '죽음' 앞에서 망각과 투쟁하는 사진적 존재를 지시한다. 대형카메라의 엄정한 시선과 필름의 순수함을 여전히 신뢰한다는 이 작가의 사진에는, 다른 사람이 찍은 인물사진을 다시 찍은 책, 일정한 면적을 나타내는 지도, 초여름에 내리는 눈 등이 등장하여, 렌즈에 잡힌 피사체와 그 찰나의 의미에 대해서 성찰하게 한다.
작가는 자신의 사진이 사진기자들이 찍는 보도사진과 현지 주민들이 찍는 스냅사진 그 사이 어디엔가 위치한다고 말하는데, 그의 이런 시점은 한국과 일본의 복잡한 역사적 기억과도 중첩되며, 부재와 치매라는 사진의 두드러진 작용 및 반작용과도 관련된다.
사진 남기용 © 에르메스 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