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뜰리에 에르메스"
제13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전시
구동희, 이미경, 잭슨홍
2012년 7월 27일 – 9월 25일
에르메스 재단이 후원하는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는 7월 27일부터 9월 25일까지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3층에 위치한 현대미술공간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2012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후보 구동희, 이미경, 잭슨홍 전시’를 진행한다.
구동희 <헬터 스켈터 Helter Skelter>
구동희는 이번 전시에 사운드 설치와 오브제로 ‘잡다하게’ 구성된 <헬터 스켈터>를 출품한다. 이 작품에는 냉장고의 안팎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온도, 여름철에 성가시게 하는 모기 소리 그리고 비틀즈 앨범 화이트의 수록곡인 ‘헬터 스켈터’에서 파생되는 언어의 놀이 등이 몇 가지 감각의 핵심 요소로 포함되어 있다. 특히 ‘헬터 스켈터’는 60년대 말 미국의 악명 높던 이교집단 맨슨 패밀리의 리더로 집단 학살을 저지른 찰스 맨슨이 심취했던 곡이었을 뿐 아니라, 그 사전적 의미가 나선형 계단 모양을 한 미끄럼틀 놀이기구 또는 정신 없이 심란한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는 데 주목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전시장의 분리된 장소에서 서로 다른 매체가 건드리는 이질적인 감각과 개별적인 이미지들이 관객들의 기억이나 상상과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기이한 시공간의 체험을 제안하고 있다. 마치 널리 퍼져있는 여러 음모론들이 우리에게 불러 일으키는 사고의 역주행처럼, <헬터 스켈터>의 오브제와 사운드, 이미지는 통상적인 감각의 일관된 방향을 분산시키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미경 <가림막 Fence>
이미경의 이번 작업은 도시 어디에서나 흔히 보게 되는 공사현장을 가리는 펜스에서 출발한다. 가림막은 보통 도시 환경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일시적으로 막기 위해 세워지지만, 개발과 재건축이 일상화된 환경에서는 그 가림막 자체가 일종의 ‘감정적’ 기호가 되어버린다. 도심을 오가는 사람들은 시야를 차단하는 가림막을 투과하여 그 너머에서 파괴되거나 세워질 어떤 것들을 추정하고 그에 대한 각자의 판단과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가림막이 걷힌 이후 드러난 대상을 확인했을 때 느낀 감정들: 당혹감, 좌절, 분노, 슬픔, 실망, 기쁨, 희망, 기대감……
작가는 가림막을 무심한 도시의 일상에서 유일하게 감정을 유발시키는 매개체로 바라본다. <가림막>에서 작가는 전시장 공간을 꽉 채운 펜스들의 볼륨을 통해서 동선을 제한하고, 관객들이 여러 형태의 오브제들을 딛고 펜스 너머를 볼 수 있게 한다. 전시장 안의 관객들은 펜스로 둘러쳐진 공간 속에 있을 ‘무엇이 있을까’, 까치발을 하거나 보도블럭 같은 것을 딛고 들여다 보면서 예술작품에 대한 평소의 기대와 관념도 투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은 상상으로 작품을 스스로 구상하는 셈이다.
잭슨홍 <대량생산 Mass Production>
잭슨홍은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으로 제조하는 대량생산’이 낡은 생산방식으로 취급되고 다품종 소량 생산방식이 익숙한 용어가 되어버린 시대에, 20세기식 <대량생산>의 프로세스와 프로덕트들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인다. 전시공간에는 실제 크기보다 1.5배 정도 확대된 오브제들, 비정형의 물체와 작은 성 요셉상, 기도하는 천사를 묘사한 정원조각 등 익숙한 듯 낯선 오브제들이 다양한 형태의 좌대에 진열되어 있고, 벽면에는 미국 특허 검색 사이트에서 “Redemption(구원)”과 Punishment(처벌)”로 검색한 특허들 중 무작위로 선택된 도해 페이지를 프린트 한 액자들 50개가 걸려 있다. 이처럼 <대량생산>은 지나간 시대의 유산에 관한 지어지지 않은 기념관 또는 상연되지 않은 기념극의 일부를 이룬다. 작가에 따르면 그것은 전시물, 무대, 또는 무대의 모형, 아니면 소도구prop일 수도 있으며, 차압 당했지만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아 버려진 복마전 속의 먼지 앉은 박제들처럼, 관람자에 의해 발견되어야 한다. 관람자가 이를 보며 극 속으로 빠져 들다가 감정에 복받치거나 웃음을 터뜨리거나 혹은 차갑게 외면하거나 어느 쪽이던 바로 그 순간 이 기념물은 완성된다.
제13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자: 구동희
사진 남기용 © 에르메스 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