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뜰리에 에르메스"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 (O philoi, oudeis philos)>
김민애, 김윤하, 김희천, 박길종, 백경호, 윤향로

2017년 5월 20일 – 7월 23일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2017년 5월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의 재개관을 맞이하여 전시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를 마련한다. 5월 20일부터 7월 23일까지 열리게 되는 이 전시는 “예술 그 자체보다 더 흥미로운 삶으로서의 예술”을 제안하는 동시대 작가들의 창작 열정에 동참해왔던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지난 10년 간의 활동을 재조망하고 이를 통해 향후 10년의 방향을 가늠해 보려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가 했던 말이라고 전해지는 인용구,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O philoi, oudeis philos)”를 제목으로 가져온 이 전시는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20대 후반~30대 작가들이 ①마치 ‘친구’를 부르듯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과거를 현재로 불러내어 ②그 과거의 궤적을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 각자의 현재와 대면시키고 ③이것을 다시 아직 실현되지 않은 서로의 미래라는 또 다른 ‘친구’에 투영하는 다중 협업의 구조로 이루어진다. 이 흥미로운 협업의 과정에 참여하는 여섯 명의 작가는 김민애, 김윤하, 김희천, 박길종, 백경호, 윤향로이며, 그들이 드러내는 관심사는 다음과 같다.

김민애(b.1981)는 전시장 입구에 해당하는 파사드 부분을 일종의 ‘경험의 공간’으로 치환하는 작업을 제안한다. 일반적으로 전시장을 그 밖의 공간과 구분짓기 위해 설치하는 가벽을 대신하는 이 작업은 새로운 시/공간으로 향하는 유기적인 통로 혹은 미로의 형태로 제안되어, 다가올 미술과 만나는 장소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관객은 통로 혹은 미로를 통과하며 현재의 나를 통해 걸러진—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는—과거를 경험한다.

전시장으로 안내된 관람객들은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박길종(b.1981)의 조각적 설치물을 만나게 된다. 박길종은 지난 10년 간의 전시에서 작가들이 자신들의 미술을 구현해온 방식, 특히 재료의 측면에 주목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 재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했던 작가들을 참조하여, 그들이 활용했던 다양한 재료들을 모아 합치고, 펼치고, 사용하는 구조물을 만들 예정이다.

오늘날의 경험은 상당 부분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윤향로(b.1986)는 이 일반화된 경험의 방식을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지난 10년을 경험하는 방식에 적용하고, 이러한 비물질적, 간접적 경험을 물리적이고 촉각적인 실체로 변환시켜 물리적인 현실로 불러내는 방식을 ‘유사회화’라는 개념을 빌어 고민한다.

윤향로와 더불어 가장 전통적인 매체인 회화로 지난 10년의 아뜰리에 에르메스를 소환하는 백경호(b.1984)는 결코 분명하게 구분되고 규정될 수 없는 서로 다른 미술의 목소리와 욕망들을 하나의 화면 위로 끌어들여 모순과 충돌이 가득한 불확실과 불안의 장으로 제안한다. 서로 다른 질감과 표현이 공존하는 거대한 화면은 지난 10년의 궤적이 응축된 기념비로 기능한다.

김윤하(b.1987)는 지난 10년 간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전시했던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방식을 택한다. ‘유연한’, ‘강박’, ‘전혀’, ‘고귀한’, ‘통제된’, ‘기념’ 등 지난 10년의 전시들로부터 포착해낸 키워드를 바탕으로 김윤하는 명예로운 기념품이 될 수도, 어쩌면 예쁜 쓰레기가 될 수도 있는 일종의 트로피를 제안한다.

김희천(b.1989)은 VR,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디바이스에 의해 재편된 시공간의 조건을 키워드로 삼아 지난 10년 간의 변화된 상황, 그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지난 10년 간의 미술, 특히나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지난 전시들이 포착해내려 했던 ‘리얼리티’와 ‘경계’에 대한 사유를 소환하고, 이를 통해 시대의 변화에 익숙해지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친구들을 호명하며 우정의 시작을 이끌어내는 듯하다가 곧바로 친구는 없다며 우정을 부정하는 인용구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O philoi, oudeis philos)”는 친구의 존재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동시에 드러내는 우정의 이중성을 직시한다. 가능성과 불가능성이 양립하는 이 매력적인 지점에서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지난 10년은 과거로 회귀하는(retrospective) 방식이 아니라 다가올 시간의 방향으로 향하는(prospective) 방식으로 호명된다. 10년 전,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제안했던 “예술 그 자체보다 더 흥미로운 삶으로서의 예술”은, 이렇듯, 지금 이곳을 실험과 창작의 역동적인 공간으로 여전히 기능하게 하는 오늘의 작가들이 지난 10년을 어떠한 방식으로 마주하는지를, 그리고 그들의 조우가 어떠한 방식으로 펼쳐지는지를 따라가는 과정 속에서 한층 선명한 가능성으로 다가올 것이다.

①‘아뜰리에 에르메스의 과거’라는 표현은 2006년 11월 개관 이래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기획했던 전시들과 그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 그리고 그들이 선보였던 작품들 모두를 포괄해서 지칭하기 위한 편의상의 선택이다.

②‘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 각자의 현재’는 작가들이 작업하고 있는 개개인의 상황이나 조건뿐 아니라 2017년 지금 여기라는 시공간을 포괄하는 인식 가능한 세계 전체를 지칭한다.

③‘아직 실현되지 않은 서로의 미래’는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될 작업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일 작업들을 지칭한다. 모든 작업은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되므로, 전시를 위한 작업을 제작하는 시점에 참여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과 함께 전시될 동료 작가들의 작업을 아직 보지 못한 상태이고, 그래서 그들에게 동료의 작업은 여전히 ‘어떤 가능성’으로만 예측할 수 있는 미래와도 같다.

사진 남기용 © 에르메스 재단 제공